교황 담화

2007년 전교 주일 교황 담화

등록일

2007.09.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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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제81차 전교 주일 담화문

(2007년 10월 21일)



“온 세상을 위한 모든 교회”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번 전교 주일을 맞이하여 저는 하느님의 온 백성, 곧 목자와 신부, 남녀 수도자와 평신도 여러분이 우리 시대에 교회의 선교 활동이 지니는 시급성과 중요성에 대하여 함께 묵상해 보기를 권유하고자 합니다.


    사실,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에 올라가시기 전에 사도들에게 선교 사명을 맡기시며 하신 말씀은 보편적 소명과 진심어린 호소가 되어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덧붙여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


    큰 노력을 필요로 하는 복음화 활동에서 우리는 수확할 밭의 주인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계속해서 당신 백성을 이끄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힘을 얻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사명의 마르지 않는 샘이십니다. 또한 우리에게 선교 임무를 쇄신하라고 재촉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올해는 만민 선교를 위한 교회들의 협력을 촉진하고 장려하신 하느님의 종 비오 12세 교황의 회칙 「신앙의 선물」(Fidei Donum)이 반포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교 주일을 위하여 선택한 주제는 “온 세상을 위한 모든 교회”입니다. 이는 모든 대륙의 지역 교회가 우리 시대의 점증하는 심각한 도전들 앞에서 선교 활동에 새롭게 나서야 할 시급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도록 요구합니다. 


    물론 인류의 생활 여건이 바뀌었고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부터 최근 몇 십 년 동안 복음 전파를 위한 큰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세례 받은 모든 이에게 끊임없이 말씀하신 선교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가장 먼저 주님께서는 이른바 ‘오랜 전통’의 교회들을 계속 부르십니다. 이 교회들은 과거에 선교를 위해 물질적 수단뿐만 아니라 사제, 남녀 수도자, 평신도들을 꾸준히 보냄으로써 그리스도인 공동체들 간의 효과적인 협력에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이러한 협력은 전교 지역의 신생 교회들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선교사들을 파견한 교회에서도 풍성한 사도적 결실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서구 사회에 더욱 깊이 스며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문화의 세속화를 직면하여, 또 가정의 위기와 성소자 감소, 성직자 고령화 등의 현상들을 보고, 교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자신 안에 갇혀 그들의 선교 노력을 소홀히 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바로 하느님 섭리를 믿고 마음을 활짝 열 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결코 저버리지 않으시고 성령의 힘으로 당신의 영원한 구원 계획을 성취하도록 이끄십니다.  


    착한 목자께서는 최근에 복음이 전파된 교회들도 만민 선교에 기꺼이 헌신하기를 권유하십니다. 이 공동체들은 많은 어려움과 장애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몇몇 교회들에는 다행스럽게도 사제들과 봉헌된 이들이 풍부한데,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그 지역의 많은 필요에도 다른 곳에서, 심지어는 오래 전에 복음화된 곳에서 사목 직무와 사도직 봉사를 수행하도록 보내집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하느님께서 섭리하시고 그리스도의 신비체 전체에 유익이 되는 ‘은사의 교환’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저는 각자의 잠재력과 은사를 최대한 활용하여 선교 협력이 강화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또한 전교 주일을 통하여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세례 받은 이가 세상 끝까지 당신의 나라를 선포하라고 하시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이 보편되다는 것을 더 잘 인식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Redemptoris Missio)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입니다. 그리스도의 선교 명령은 부수적인 것이나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교회의 핵심에 이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편 교회와 각 개별 교회는 모든 민족에게 파견됩니다. ‘…… 신생 교회들이 무엇보다도 보편 교회의 선교 활동에 참여하고, 비록 성직자 부족에 시달릴지라도, 세상 모든 곳에 복음을 선포하는 자신의 선교사들을 파견하는 것이 매우 합당합니다’”(62항).


    제 선임자이신 비오 12세 교황께서 회칙 「신앙의 선물」을 통하여 교회들 간의 선교 협력을 호소하신 지 50주년이 되는 이 때에, 저는 복음 선포가 언제나 때에 알맞고 시급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 


    앞에서 인용한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을 통하여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셨습니다. “교회의 사명은 ‘교회들 간의 친교’보다 더 광범위합니다. 교회의 사명은 재복음화를 돕는 일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선교 활동을 지향하여야 합니다”(64항).


    그러므로 여러 번 강조했듯이, 선교 임무는 교회가 오늘날 인류에게 마땅히 해야 할 첫째가는 임무입니다. 그리하여 교회는 문화와 사회와 윤리의 변화를 지도하고 복음화하며, 전 세계 각지에서 가난과 폭력, 또 체계적인 인권 유린으로 모욕과 억압을 받는 현대인들에게 그리스도의 구원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교회는 구속력을 지닌 이 보편 사명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처음 베드로와 사도들에게 선교 명령을 내리셨으므로, 오늘날 그 일차적 책임은 하느님의 섭리를 통해 교회 일치의 가시적인 토대로 뽑힌 베드로의 후계자와 주교단의 일원이자 개별 교회의 목자로서 복음화를 직접적으로 책임지는 주교들에게 있습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63항 참조). 


    따라서 저는 주님께서 하나인 당신의 양 떼를 이끌도록 뽑으신 온 교회의 목자 여러분도 복음 선포와 전파에 대하여 함께 염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50년 전에 하느님의 종 비오 12세 교황께서는 바로 이러한 염려 때문에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선교의 협력을 이루도록 촉구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특별히 복음화의 미래를 염려하시며 오래 전에 복음화된 공동체들이 신부들을 파견하여 신생 교회들을 지원하도록 당부하셨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분께서는 회칙의 첫 문구를 따라 ‘신앙의 선물’이라는 명칭의 새로운 ‘선교 주체’를 제시하셨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비오 12세 교황께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셨습니다. “한편으로는 특히 오랜 전통의 그리스도교 국가들에서 신앙의 은총에 동참하게 된 수많은 자녀들을, 또 한편으로는 아직도 구원 메시지가 선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생각해 볼 때, 존경하는 형제 주교 여러분이 온 세상에 교회를 전파하는 거룩한 대의를 열렬히 지지하기를 간절히 권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분은 이렇게 덧붙여 말씀하십니다. “저의 호소를 통해 모든 사제의 마음속 깊이 선교 정신이 스며들고 그들의 직무를 통하여 모든 신자의 마음에 선교의 불이 타오르게 되기를 하느님께 빕니다”(「신앙의 선물」, 4항 참조).


    아프리카와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서 이러한 선교 협력이 거둔 풍부한 성과에 대해 주님께 감사드립시다. 


    많은 신부들이 출신 공동체를 떠나 가난한 개발 도상 지역에서 이제 막 생겨난 공동체들을 위해 봉사하는 데에 그들의 사도직 열정을 쏟아왔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자기 삶을 희생하기까지 말씀을 증언하고 사도직에 헌신한 많은 순교자들이 있습니다.


    또한 신부들과 함께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 많은 남녀 수도자와 평신도 자원 봉사자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전교 주일이 기도 안에서 신앙의 이 형제자매들과 광범한 선교 분야에서 계속 일하는 모든 이를 기억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들의 본보기를 통하여 어디서나 그리스도인 백성 안에 새로운 성소와 새로운 선교 인식이 북돋워질 수 있도록 하느님께 간청합시다. 사실,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본래 선교적이고, 바로 그 토대는 주님을 향한 신자들의 사랑의 척도인 복음화의 용기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에게 선교는 더 이상 단순히 복음화 활동에 협력하는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주인공이고 공동 책임자로 인식하는 문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 책임 의식과 더불어 공동체들 간의 친교가 성숙되고 오늘날 복음화에 필요한 수단들의 활용뿐만 아니라 인력(신부와 남녀 수도자와 평신도 자원 봉사자들)과 관련해서도 상호 협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하신 선교 명령은 참으로 우리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그러므로 전교 주일을 통해 선교에 대한 더 깊은 인식을 도모하고, 우리 시대에 복음 전파를 위하여 교회 간 협력을 증진하고 새로운 선교사들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영적 여정과 교육 여정을 함께 일구어가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교회의 선교 활동에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라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주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루카 10,2).


    우리가 존경하는 마음으로 기억하는 비오 12세 교황께서는 50년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경애하는 형제 여러분, 이 대의를 위하여 하느님께 더 지속적이고 열렬한 기도를 드립시다”(「신앙의 선물」, 49항). “참 신앙에서 아직 멀리 있거나 인내를 위한 구원의 수단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큰 영적 필요를 기억합시다”(55항 참조). 그리고 선교 활동을 위하여 더 많은 미사를 거행하도록 권유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당신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가 온 세상에 퍼져나가 번영하기를 바라시는 우리 주님의 기도와 일치합니다”(52항).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더욱 때에 알맞은 이 권유를 새롭게 드리는 바입니다. 한 목소리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외치는 부름이 모든 공동체 안에 울려 퍼져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가 오기를 바랍니다.


    특히 언제나 기꺼이 선교 활동을 펼칠 준비가 되어 있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호소합니다. 또한 저는 병마와 싸우고 고통받는 이들께 말씀드리며 구원 활동에 대한 그들의 신비롭고 없어서는 안 될 협력의 가치를 기억합니다. 봉헌된 이들, 특히 봉쇄 수도자들이 선교를 위해 더욱 기도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모든 신자의 노력 덕분에 복음화를 위한 기도와 지지의 영적 유대가 온 교회에 확대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초대 교회가 가는 길을 함께 걸어가신 동정 마리아께서 이 시대에도 우리가 가는 길을 이끌어 주시고 우리가 새로운 사랑의 성령 강림을 누릴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우리 모두 삶의 모든 순간마다 주님을 증언하라고 주님께서 보내신 선교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복음화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교구 소속 선교 사제들과 남녀 수도자들과 평신도 자원 봉사자들, 그리고 다양한 자격으로 복음 선포에 헌신하는 모든 이를 날마다 기도 안에서 기억하겠다고 약속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사도로서 진심어린 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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