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담화

2007년 성소 주일 교황 담화

등록일

2007.03.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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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의

제44차 성소주일 담화

(2007년 4월 29일)



친교인 교회에 봉사하는 성소



    존경하는 형제 주교님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해마다 맞이하는 성소주일은 교회생활과 사명에 성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훌륭한 성소자들이 더 많이 나오게 해주십사고 우리가 더 열심히 기도드리기에 좋은 기회입니다. 올해 성소주일을 맞이하여,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시기적으로 알맞은 ‘친교인 교회에 봉사하는 성소’라는 주제에 하느님 백성 전체가 주목하기를 바랍니다. 


    지난 해 수요일 일반 알현시간을 이용하여 저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에 관한 교리교육을 새롭게 시작하였습니다. 첫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본래, 예수님을 만난 갈릴래아의 몇몇 어부들이 그분의 눈길과 목소리에 사로잡혀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 1,17. 마태 4,19 참조) 하신 간절한 초대를 받아들이면서 그 토대가 세워졌습니다.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구원 계획을 이루시기 위하여 당신과 함께 일할 사람들을 언제나 좀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선택하셨습니다. 구약에서, 하느님께서는 먼저 “큰 민족”(창세 12,1)을 이루도록 아브라함을 부르셨고, 나중에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시키도록 모세를 부르셨습니다(탈출 3,10 참조). 그 이후에도 하느님께서는 다른 이들, 특히 예언자들을 지명하셔서 당신 백성과 맺은 계약을 보호하고 지켜나가도록 하셨습니다. 신약에서, 약속된 메시아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함께 지내면서 당신 사명을 수행할 사도들을 한 명 한 명 부르셨습니다(마르 3,14 참조). 최후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당신께서 세상 끝날 영광스럽게 다시 오실 때까지 당신 죽음과 부활을 영원히 기억할 임무를 맡기시면서 그들을 위하여 아버지께 이런 애절한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 주었고 앞으로도 알려 주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 저도 그들 안에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26). 그러므로 교회의 사명은 하느님과 이루는 내밀하고 충실한 친교 위에 세워집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은 교회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일치로 모인 백성”(4항)이며 그 안에 하느님의 신비 자체가 드러난다고 설명합니다. 삼위일체의 사랑이 교회 안에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또한 성령의 활동 덕분에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한 마음”을 이룹니다. 목자들의 인도 아래 유기적으로 형성된 이 백성은 하느님과 형제들과 이루는 친교의 신비를 실천합니다. 특히 성찬례를 위하여 함께 모였을 때 그러합니다. 성찬례는 예수님께서 당신 수난 전날 밤에 기도하신 그 교회의 일치를 위한 원천이 됩니다. “아버지, ……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십시오”(요한 17,21). 이러한 긴밀한 친교는 교회에 봉사할 헌신적인 성소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느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믿는 이의 마음은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오롯이 헌신하도록 이끌립니다. 그러므로 성소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친교인 교회의 신비에 깨어 있는 사목 활동이 중요합니다. 화목하고 서로 믿으며 양심적인 교회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주님의 부르심을 더욱 잘 식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소를 돌보려면 하느님 음성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하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소년 사무엘이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시키시는 일을 알아듣고 곧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도운 엘리가 바로 그러한 예입니다(1사무 3,9 참조). 따라서 무엇보다도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내밀한 친교를 이루는 분위기 안에서만 하느님 말씀에 충실하게 귀 기울이며 순종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분명한 명령에 따라 우리는 무엇보다도 ‘수확할 밭의 주님’께 다 같이 꾸준하게 기도함으로써 성소의 은총을 간청하여야 합니다. 초대되는 것은 여러 번입니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38). 주님의 이 초대는 테르툴리아누스의 유명한 표현처럼 “복음 전체의 종합”으로서[「기도론」(De Oratione), 1,6,『라틴 그리스도교 문학 전집』(CCL) I, 258 참조]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마태 6,9)와도 부합합니다. 같은 관점에서 예수님께서는 또 다른 가르침을 주십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마태 18,19). 그러므로 착한 목자께서는 우리에게 친교인 교회에 봉사할 성소를 보내 주시도록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한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지난 세기 축적된 사목 경험을 바탕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미래 사제들에게 참된 교회의 친교를 가르치는 일이 중요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 「사제품」(Presbyterorum ordinis)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목자이시며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임무를 자기에게 맡겨진 권위로 수행하는 사제들은 주교의 이름으로 하느님의 가족을 한 형제애로 모으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인도한다”(6항). 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현대의 사제 양성」(Pastores dabo vobis)은 공의회의 이러한 설명과 같은 맥락에서 강조합니다. 사제는 “친교인 교회의 종입니다. 그것은 사제는 주교와 일치를 이루고, 사제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여러 종류의 다양한 성소자들과 다양한 은사를 받은 이들 및 여러 봉사자들과 화합하면서, 교회 공동체의 일치를 굳건히 다져나가기 때문입니다”(16항). 그리스도교 백성 안에서 모든 직무와 은사는 온전한 친교를 지향할 수밖에 없으며, 교회의 다른 모든 성소와 직무와 조화를 이루어 이러한 친교를 증진하는 것은 주교와 사제들에게 맡겨진 임무입니다. 봉헌 생활 또한 그 본질상 이러한 친교에 봉사합니다. 저의 존경하는 선임자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 권고 「봉헌 생활」(Vita consecrata)에서 이렇게 강조하셨습니다. “봉헌 생활은 삼위일체를 증언하는 삶의 형태로서 형제애의 의무를 교회 안에서 생생하게 간직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해 왔습니다. 봉헌 생활은, 공동생활의 형태를 통하여, 형제적 사랑을 끊임없이 촉진함으로써 삼위일체적 친교의 나눔이 인간관계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유형의 연대성을 창조할 수 있음을 증언하여 왔습니다”(41항).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중심에는 교회 생활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찬례가 있습니다. 복음에 봉사하는 모든 사람은 성찬의 삶을 살게 될 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키워가고 이에 따라 친교인 교회를 세우는 데에 이바지하게 됩니다. ‘성찬 사랑’이 전체 교회의 성소 활동을 증진하고 그 토대가 된다고 확언할 수 있습니다. 제가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에서 말씀드렸듯이, 주님의 말씀을 통하여, 성사들을 통하여, 특히 성체성사를 통하여 주님의 현존을 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든 사제 성소와 다른 직무들에 대한 성소가 하느님 백성 안에 꽃피게 됩니다. “교회의 전례에서, 교회의 기도에서, 살아 있는 신자 공동체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분의 현존을 인식하며, 그리하여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그 현존을 깨닫는 법을 배웁니다.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고, 계속하여 먼저 사랑하십니다. 우리 또한 사랑으로 응답할 수 있습니다.”(17항). 


    마지막으로, 우리는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한”(사도 1,14) 첫 공동체의 든든한 버팀목이셨던 성모님께서 교회가 오늘날 세상에서 삼위일체의 표상이 되고 모든 사람을 향한 하느님 사랑의 탁월한 표지가 되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버지의 부르심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루카 1,38) 하고 곧바로 대답하신 동정 성모님의 간구로, 주교와 친교를 이루어 복음을 충실히 선포하고 성사를 거행하며 하느님 백성을 돌보고 온 인류의 복음화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 사제들, 곧 하느님 기쁨을 전하는 종들이 그리스도교 백성에게 부족하지 않기를 빕니다. 성모님께서 우리 시대에도 시류에 맞서 가난과 정결과 순명의 복음 권고를 실천하고 그리스도와 그분의 해방의 구원 메시지를 예언자적으로 증언하는 봉헌 생활자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주님께서 교회 안에서 특별한 성소로 부르시는 형제자매 여러분,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 하신 예수님 말씀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신 성모님께서 여러분에게 하느님 아드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듣는 법을 가르쳐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분을 특별히 성모님께 맡겨 드립니다. 여러분이 “보십시오, 하느님!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히브 10,7 참조) 하고 삶으로 증언할 수 있도록 성모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이렇게 바라면서, 저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기도 중에 특별히 기억하며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바티칸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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