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성소 주일 교황 담화
등록일
20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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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의
제45차 성소 주일 담화
(2008년 4월 13일, 부활 제4주일)
선교인 교회에 봉사하는 성소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이번 2008년 4월 13일에 거행될 성소주일의 주제는 ‘선교인 교회에 봉사하는 성소’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약속하시며,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어라.”(마태 20,19) 하고 명령하셨습니다. 교회 전체가, 또 그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선교사입니다.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덕분에 모든 그리스도인이 복음을 증언하고 선포하도록 부름 받지만, 선교의 측면은 사제 성소와 특별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습니다. 이스라엘과 맺은 계약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부르시고 당신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파견하시는 몇몇 선택된 이들에게 예언자와 사제의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예를 들면, 모세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 …… 네가 이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면, 너희는 이 산 위에서 하느님을 예배할 것이다’”(탈출 3,10.12). 예언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 우리 성조들에게 하신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실현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성자께서는 성부에게서 파견되어 오셨다. 성부께서는 성자 안에서 천지 창조 이전에 우리를 뽑으시어 당신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다. …… 그리스도께서는 성부의 뜻을 이루시려고, 지상에서 하늘 나라를 세우기 시작하시고 성부의 신비를 우리에게 계시하셨으며, 당신의 순명으로 구원을 성취하셨다”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 (Lumen Gentium), 3항]. 공생활 초기에 갈릴래아에서 선포하시던 중, 예수님께서는 메시아 직무를 위한 가장 가까운 협력자로 몇몇 제자들을 뽑으셨습니다. 예를 들어, 빵을 많게 하신 기적에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태 14,16) 하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굶주리지 않게 먹을 것을 주시고자 제자들에게 그들의 요구를 살피고 “길이 남아 영원한”(요한 6,27) 양식을 드러내 보이도록 촉구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사람들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습니다.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실 때 만난 군중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마태 9,36 참조). 이러한 사랑의 눈길에서 그분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38) 하고 권유하셨습니다. 그리고 분명한 지침과 함께 우선 열두 제자를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마태 10,6) 파견하셨습니다. 보통 ‘파견 설교’라고 불리는 마태오 복음의 이 부분을 잠시 묵상해 보면, 우리는 예수님의 본보기와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하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선교 활동이 어떤 특징을 지녀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다는 것은 온갖 위험과 박해에 지혜롭고 우직하게 맞선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고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기”(10,24) 때문입니다. 스승과 하나가 된 제자들은 더 이상 하느님 나라를 홀로 선포하는 것이 아니며, 예수님께서 그들 안에서 활동하시게 됩니다. “너희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나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다”(마태 10,40). 또한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은”(루카 24,49) 참된 증인인 그들은 모든 민족에게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루카 24,47)를 선포합니다.
3. 열두 제자는 바로 주님께 파견 받았기 때문에 ‘사도’라고 불립니다. 그들은 세상의 길들을 따라 나아가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증인으로서 복음을 선포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우리는[사도들은]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1코린 1,23)라고 말합니다. 사도행전은, 예수님을 따른다는 이유로 고향에서 쫓겨날 때처럼 때로는 고통스럽지만(사도 8,1-4 참조) 하느님 섭리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선교 성소를 받게 된 다른 제자들도 이러한 복음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고 말합니다. 성령께서는 이러한 시련이 은총의 기회가 되게 하시며, 그 덕분에 다른 민족들에게 주님을 선포하여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울타리가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루카가 사도행전에 적고 있듯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위하여 목숨을 내 놓은”(사도 15,26) 사람들입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우선, 주님께서 직접 참된 사도가 되도록 불러 주신 타르수스의 바오로가 있습니다.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선교사인 바오로의 이야기는 성소와 선교의 관계를 여러 방식으로 보여 줍니다. 그가 사도의 권한을 받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반대자들에게 맞서, 그는 자신이 주님께 직접 부르심 받았음을 여러 번 호소합니다(로마 1,1; 갈라 1,11-12.15-17 참조).
4. 훗날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처음에 사도들을 “다그친” 것은 언제나 “그리스도의 사랑”이었습니다(2코린 5,14 참조). 성령의 활동에 순종하는 교회의 충실한 종인 수많은 선교사들이 수세기 동안 첫 제자들의 발걸음을 따라 걸어 왔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모든 제자에게는 누구나 그 나름대로 신앙을 전파할 의무가 있지만 주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많은 제자들 가운데에서 친히 원하시는 사람들을 부르시어 당신 곁에 있게 하시고 또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선포하도록 그들을 파견하신다(마르 3,13-15 참조)”[교회의 선교 활동에 관한 교령 「만민에게」(Ad gentes), 23항]. 참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보기와 말로써, 또한 온 삶을 통하여 형제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저의 존경하는 선임자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이렇게 쓰셨습니다. “‘종신’ 선교사의 특수 임무는 그 모든 효력을 간직하고 있으며, 언제나 철저하고 전적인 자기 봉헌과 새롭고 과감한 열정을 필요로 하는 교회의 선교 노력의 본보기가 됩니다”[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Redemptoris missio), 66항].
5. 자신을 온전히 바쳐 복음에 봉사하는 이들 가운데에는 특별히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성사들, 특히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집전하도록 부름 받은 사제들이 있습니다. 사제들은 가장 작은 이들, 병든 이들, 고통 받는 이들, 가난한 이들, 그리고 때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실제로 만나지 못하는 지역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데에 몸 바치고 있습니다. 선교사들은 이들에게 구원을 위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처음으로 선포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형제들의 구원을 위하여 온전히 축성된 이 사제들의 사목 활동 덕분에, 세례 받는 사람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회의 선교를 위하여 온 힘을 쏟으며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생명의 빵을 쪼갬으로써 공동체 건설을 위하여 충실하고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교구 소속 선교(fidei donum) 사제들에게” 특별히 감사드려야 합니다. “목숨을 바치기까지 그리스도를 섬긴 모든 사제를 생각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립시다. …… 그들이 보여준 것은 많은 젊은이들이 그리스도를 따르고 다른 이들을 위해서 살아감으로써 참된 삶을 발견하도록 이끌 수 있는 감동적인 증언입니다”[교황 권고 「사랑의 성사」(Sacramentum caritatis), 26항].
6. 교회에는 성령의 활동에 이끌려 정결과 가난과 순명을 서원함으로써 철저하게 복음을 실천하는 삶을 선택한 이들이 언제나 많이 있었습니다. 여러 관상 생활 수도회와 활동 생활 수도회에 소속된 이 수많은 남녀 수도자들은 “세계 복음화에서 커다란 역할”(선교 교령, 40항)을 하고 있습니다. 관상 생활 수도자들은 지속적인 공동 기도를 통하여 온 인류를 위하여 끊임없이 간구하며, 활동 생활 수도자들은 다양한 사랑의 활동을 통하여 모든 이에게 하느님 사랑과 자비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시대의 사도들과 관련하여 하느님의 종 바오로 6세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봉헌함으로써 기꺼이 자유롭게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러 떠납니다. 그들은 진취적이며, 그들의 사도직은 흔히 감탄할 만한 독창성과 자질을 드러냅니다. 또한 그들은 헌신적입니다. 흔히 선교의 최전선에서 건강과 심지어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며 수고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교회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습니다”[교황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 69항].
7. 또한 교회가 그리스도께서 맡기신 사명을 계속 수행하고, 복음을 선포하고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 부족하지 않게 하려면,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모두 지속적인 신앙 교육을 해야 합니다. 신자들이 언제나 살아 있는 적극적인 선교 책임 의식을 지니고 세상의 여러 민족들과 연대를 나누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신앙의 선물 덕분에 복음화 활동에 협력하도록 부름 받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선포와 교리교육, 전례, 그리고 꾸준한 기도 교육을 통해 성장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인식은 다른 이들을 환영하고 사랑하고 영적으로 동행하며 성찰하고 식별함으로써, 그리고 성소 후원을 중요시하는 사목 계획을 통해서 증대되어야 합니다.
8. 잘 가꾸어진 영적 토양 위에서만 직무 사제직과 봉헌 생활을 위한 성소가 꽃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교회의 신비가 지니는 선교의 차원을 심오하게 실천하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자기 안으로만 파고들지 않습니다. 하느님 사랑을 증언하는 선교는, “세상이 믿도록”(요한 17,21 참조) 공동체가 함께 나눌 때에 특별히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교회는 날마다 성령께 성소의 선물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도들의 모후이신 동정 마리아를 중심으로 모인 첫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교회 공동체는 주님께 선교에 필수적인 신앙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사도들을 풍성히 내려주시도록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성모님에게서 배웁니다.
9. 저는 모든 교회 공동체가 이러한 성찰을 자기 것으로 삼아 무엇보다도 이를 바탕으로 기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성소를 위하여 믿음과 헌신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격려합니다. 또한 교육자와 교리교사들, 그리고 특히 성소의 여정을 걷고 있는 젊은이들을 비롯한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사도로서 특별한 축복을 보냅니다.
바티칸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