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성소 주일 교황 담화
등록일
20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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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6차 성소 주일 담화 요약
(2019년 5월 12일, 부활 제4주일)
하느님의 약속을 위하여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이번 성소 주일에, 어떻게 주님의 부르심이 우리를 약속의 전달자가 되게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부르심이 우리에게 주님과 함께 주님을 위하여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를 요구하는지에 관하여 묵상하고자 합니다. 이 약속과 위험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당신의 첫 제자들을 부르시는 복음 이야기에서 드러납니다(마르 1,16-20 참조).
모든 부르심처럼, 이 복음은 만남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지나가다가 어부들을 보고 그들에게 다가가십니다. 우리가 혼인 생활을 함께 하고픈 사람을 만날 때나 처음으로 봉헌된 삶에 매력을 느낄 때에, 바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놀라움을 안겨주는 만남의 순간에, 우리는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해 줄 수 있는 기쁨의 약속을 예견합니다. 이처럼 바로 그날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부들 곁으로 다가가 그들이 “일상의 무기력함”에서 깨어나게 해 주셨습니다(제22차 봉헌 생활의 날 강론, 2018.2.2.). 곧이어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약속해 주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 1,17).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눈앞에 닥친 일들에 매여 일상의 타성에 젖은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지 않고, 삶의 의미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선택들 앞에서 반응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면서 열정적으로 투신해 볼 만한 일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항로를 찾으려는 열의를 서서히 잃어가는 것을 주님께서는 바라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는 이따금 우리에게 ‘기적의 고기잡이’를 경험하게 해 주십니다. 이는 우리 각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위대한 무언가로 부름받았다는 사실, 마음을 무뎌지게 하는 권태의 그물에 사로잡혀 살아가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모든 성소는, 그물을 손에 든 채 바닷가에 서 있지 말고 예수님을 따라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우리 행복과 우리 이웃의 선익을 위하여 마련하신 그 길로 나서라는 부르심입니다.
이 약속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당연히 선택의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더욱 원대한 무언가에 동참하라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첫 사도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마르 1,18).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다는 것은 자신을 모두 내맡기고 새로운 도전을 마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작은 배에 연연하며 결정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모든 것을 기꺼이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담대하고 단호하게, 우리 삶을 위하여 마련해 두신 하느님의 계획을 찾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소라는 드넓은 ‘대양’을 눈앞에 두고 안전한 배 안에서 그물이나 손질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주님의 약속을 믿어야 합니다.
주님과의 만남에서 누군가는 봉헌 생활이나 성품 사제직에 대한 부르심에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열의를 북돋우지만 이와 동시에 두려움도 불러일으키는 발견입니다. 복음과 우리 형제자매들을 위하여 충실히 봉사해야 하는 사명에 자신을 전적으로 바쳐 교회의 배 안에서 ‘사람 낚는 어부’가 되라는 부르심을 느낄 때 그러합니다. 이를 선택할 때에는, 주님을 따르고 주님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며 주님 사업의 협력자가 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일보다 더 큰 기쁨은 없습니다! 저는 특히 젊은이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귀를 닫지 마십시오! 주님께서 이 길로 여러분을 부르실 때, 배 안에서 노만 젓지 말고 주님께 여러분을 맡기십시오. 두려움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두려움은 주님께서 가리키시는 높디높은 봉우리 앞에서 우리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주님께서는 그물과 배를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이에게 새 생명의 기쁨을 약속해 주신다는 것을 늘 기억하십시오. 새 생명의 기쁨은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고 우리가 나아가는 여정을 활기차게 해 줍니다.
이번 성소 주일을 맞이하여, 우리가 우리 삶을 위한 주님 사랑의 계획을 발견하고, 주님께서 우리 각자를 위하여 처음부터 마련해 두신 길로 나아갈 용기를 주시도록, 주님께 한마음으로 기도합시다.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