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담화

2009년 전교 주일 교황 담화

등록일

200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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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의 

제83차 전교 주일 담화 

(2009년 10월 18일)



“민족들이 그 도성의 빛을 받아 걸어 다닐 것입니다”(묵시 21,24)



    올해 전교주일에 저는 먼저 저의 형제 주교님들과 신부님들, 그리고 하느님의 백성인 교형자매 여러분께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마태 28,19) 하신 그리스도의 선교 명령을 마음 깊이 되새기면서 민족들의 사도인 바오로 성인의 발자취를 따르기를 권고합니다. 


    “민족들이 그 도성의 빛을 받아 걸어 다닐 것입니다”(묵시 21,24). 교회 선교의 목적은 하느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역사적 여정에 있는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의 빛을 비추어 그들이 하느님 안에서 충만히 실현되고 성취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민족들이 하느님의 자애로운 부성 아래 한 인류 가족으로 모이도록 교회의 얼굴을 비추는 그리스도의 빛으로 모든 민족을 비추려는 갈망과 열정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바로 이러한 전망에서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자신의 삶을 바쳐 교회를 위하여 일하고 투쟁하며 고통으로 신음합니다. 존경하는 저의 선임 교황님들께서 여러 차례 단언하신 내용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선포합시다. 교회는 세력을 넓히거나 지배권을 주장하고자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세상의 구원이신 그리스도를 전하고자 활동합니다. 우리는 온 인류를 위하여, 특히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실재와 존재 자체의 의미를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요한 바오로 2세, 「교회의 선교 사명」, 2항) “현대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려는 노력은 그리스도인 공동체뿐만 아니라 온 인류를 위한 봉사”(바오로 6세, 「현대의 복음 선교」, 1항)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1. 구원으로 부름 받은 모든 민족들


    사실 온 인류는 그 원천이신 하느님께 되돌아가야 할 근본 소명이 있습니다. 인류는 그리스도 안에서 만물이 복원됨으로써 하느님 안에서만 궁극적으로 완전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피를 통해 분열과 파벌, 갈등, 반목은 사라지고 다시 일치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 새로운 출발은 만물을 당신께 이끄시어 새롭게 하시고 하느님의 영원한 기쁨에 동참할 수 있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으로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새 피조물의 미래는 현세에서 이미 빛나고 있으며, 모순과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 불타오르게 합니다. 교회의 사명은 모든 민족들에게 희망을 ‘퍼뜨리는’ 것입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민족들이 하느님의 백성이 되도록 당신 제자들을 부르시어 거룩하게 하시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도록 파견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사명 안에서만 인류의 참된 여정을 이해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보편 사명은 교회 생활에서 근본적이며 지속적인 사명이 되어야 합니다. 복음을 선포하는 일은 바오로 사도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첫째가는 필수적인 의무입니다.


2. 순례하는 교회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 교회는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선포할 책임을 느낍니다(「현대의 복음 선교」, 53항 참조). 성소를 통해 자라는 희망의 씨앗인 교회는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사명을 지속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교회의 사명과 활동의 척도는 현세 삶에 국한된 물질적 또는 정신적 요구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 성취되는 초월적인 구원입니다(위의 책, 27항 참조). 이 하느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고 궁극에 가서야 완성되지만(요한 18,36 참조) 이 세상에서 그리고 그 역사를 통해 정의와 평화, 진정한 자유, 모든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위한 힘이 됩니다. 교회는 사랑의 복음을 선포하여 세상을 바꾸고자 합니다. 사랑은 “어둠에 쌓인 세상을 언제나 밝혀 주고 우리에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 그리하여 하느님의 빛이 세상에 들어올 수 있게 합니다.”(베네딕토 16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39항) 저는 이 담화를 통하여 교회의 모든 지체들과 단체들이 바로 이 사명과 이 일에 동참하도록 당부합니다.


3. 만민 선교


    그러므로 교회의 사명은 사람이 되신 성자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이루신 구원으로 모든 민족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유와 진보, 형제애와 일치와 평화의 누룩인 복음을 선포하는(「만민에게」, 8항 참조) 우리의 노력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모든 인류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교회 본연의 사명임을 재확인하고자”(「현대의 복음 선교」, 14항) 합니다. 이 의무와 사명은 현대 사회의 광범위하고 깊은 변화로 더욱더 절박해졌습니다. 인류 역사와 세상의 목적이며 완성인 모든 민족의 영원한 구원이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우리는 이민족들의 사도에게서 영감과 활력을 얻어 오늘날 사도들이 방문하는 모든 도시에 하느님 백성이 많게 하여야 합니다(사도 18,10 참조). 실제로, “이 약속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손들과 또 멀리 있는 모든 이들, 곧 주 우리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모든 이에게 해당됩니다.”(사도 2,39) 그리스도의 구원 통치가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 온 교회가 만민 선교에 헌신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보기에는 만물이 아직도 그의 지배 아래 들지 않았습니다.”(히브 2,8)


4. 순교에까지 이르는 복음화 소명


    전교주일인 오늘, 저는 오로지 복음화 활동을 위해 자기 삶을 봉헌한 이들을 기도 안에서 기억합니다. 특히 사회적 차별에서 감금, 고문, 죽음에 이르기까지 온갖 형태의 억압을 받는 박해 상황에서 하느님 나라를 증언하고 전파하는 지역 교회들과 선교사들을 생각합니다. 그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그 ‘이름’ 때문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존경하는 저의 선임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다음 말씀은 오늘날에도 훌륭하게 해당됩니다. “희년의 기억은 우리에게 놀라운 광경을 보여 주었고, 이로써 우리는 우리 시대에 증인이 특별히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적대와 박해 속에서도 흔히 피로써 최고의 증거를 보여 줄 정도로 다양한 모습으로 복음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서 「새 천년기」, 41항)


    실제로 그리스도의 사명에 동참하는 일은 복음 선포자의 삶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들도 자기 스승과 같은 운명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였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다.”(요한 15,20) 교회는 그리스도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운명을 겪습니다. 교회는 순전히 인간적인 논리나 자신의 힘에 의지하여 행동하지 않고 성부께 자녀로서 순종하며 온 인류를 위한 증인이자 여정의 동반자로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님께서 이 땅의 소금이 되고 세상의 빛이 되도록 세우시고 민족들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땅 끝까지 선포하도록 부름 받은 오랜 전통의 교회들과 신생 교회들을 생각합니다. 만민 선교는 그들의 사목 계획에서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신생 교회들에 선교 의식을 불어넣고 교육과 물질적 도움을 주는 필수적 임무를 맡고 있는 교황청 전교기구에 감사와 격려를 드립니다. 이러한 교황청 전교기구들을 통하여 교회들이 은사를 나누고 상호 관심을 가지며 공동 선교를 계획함으로써 교회 간의 친교가 훌륭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5. 결론


    선교 열정은 언제나 교회 활력의 표지였습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2항 참조). 그렇다 하더라도 복음화는 근본적으로 성령의 활동이고, 자기 선교사들을 자기 울타리 너머로 파견하는 지역 교회에게 복음화는 행동이기에 앞서 그리스도의 빛을 증언하고 널리 비추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위의 책, 26항 참조). 따라서 저는 모든 가톨릭 신자들에게 성령께서 교회의 선교 열정을 강화시켜 주시어 교회가 하느님 나라를 전파하고 흔히 적의와 박해 상황에서도 일선에서 선교에 투신하는 선교사들과 그리스도인 공동체들을 지원하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또한 저는 모든 이가 특히 온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 위기의 시기에 신생 교회들이 사랑의 복음으로 민족들을 밝힐 수 있게 교회 친교의 확실한 표지로서 재정 지원을 해 주기를 권유합니다.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낳으시어 민족들의 빛이 되시고 “땅 끝까지”(사도 13,47) 구원을 가져다주도록 하신, 새로운 복음화의 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우리의 선교 활동을 이끌어 주시기를 빕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축복을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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