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담화

2015년 성소 주일 교황 담화

등록일

20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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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2차 성소 주일 담화

(2015년 4월 26일)



탈출, 성소의 본질적 체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 제4주일은 당신의 양들을 아시는 착한 목자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불러 먹을 것을 주시고 이끌어주십니다. 50년 넘게 보편 교회는 부활 제4주일을 성소 주일로 거행합니다. 이를 통하여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루카 10,2)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교회는 우리에게 기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선교사들을 파견하시면서 이러한 명령을 하셨습니다. 열 두 사도만이 아니라 일흔 두 제자를 더 부르시어 사명을 수행하도록 둘씩 보내셨습니다(루카 10,1-6 참조).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선교 교령 2항)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 성소는 반드시 선교 체험을 통해서만 생겨납니다.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듣고 따라가는 것은 그분께서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기시고 우리를 이끄시도록 하며 그분께 우리 삶을 봉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성령께서 우리를 이러한 선교의 힘으로 이끄시고,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기쁘게 우리 삶을 봉헌하겠다는 바람과 용기가 우리 안에서 생겨나도록 하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명에 우리 자신의 삶을 봉헌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52차 성소 주일에 성소, 더 정확하게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성소에 대한 응답의 핵심인 바로 그러한 탈출에 대하여 묵상하고자 합니다. 탈출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바로 하느님과 당신 백성의 놀라운 사랑 이야기의 시작, 곧 이집트에서 비참하게 노예 생활을 하던 날들에서 시작해서 모세를 부르심과 당신 백성의 해방, 그리고 약속의 땅으로 향하는 여정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시작을 떠올리게 됩니다. 성경에 두 번째로 나오는 탈출기는 구원 역사 전체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또한 그리스도 신앙의 근본적 힘을 설명해줍니다. 사실 노예 생활을 하던 옛 인간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삶으로 나아가는 것은 신앙을 통해서 우리에게 일어난 구원 사업입니다(에페 4,22-24 참조). 이 과정은 참된 탈출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여정, 그리고 교회 전체의 여정이며, 아버지를 향한 결정적인 삶의 방향 전환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 성소의 바탕에는 신앙 체험의 이러한 근본적인 움직임이 있습니다. 믿음은 안락함과 완고함을 뒤로하고 우리 자신을 넘어서서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삶의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이는 아브라함과 같이,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하느님께서 새로운 땅에 이르는 길을 보여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나아감을 우리 자신의 삶, 정서, 인성을 경시하라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와는 반대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에 나선 이들은 하느님과 그 나라를 위하여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며 풍요로운 삶을 찾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마태 19,29). 이 모든 것은 사랑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사실 그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인 성소는 사랑의 초대입니다. 그 사랑은 우리를 매료시켜 우리의 자신과 중심에서 벗어나도록 이끌며, “자기만을 찾는 닫힌 자아에서 끊임없이 벗어나 자기를 줌으로써 자아를 해방시키고, 그리하여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참으로 하느님을 발견”(「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6항)하도록 이끕니다.


    탈출 체험은 그리스도인의 삶, 특히 복음을 위한 특별 봉헌의 성소를 받아들인 이들의 삶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에는 끊임없이 회개하고 변화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는 모든 전례에서 우리가 거행하는 것으로 파스카의 체험입니다. 아브라함을 부르신 것부터 모세를 부르신 것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이 광야를 건넌 순례 여정부터 예언자들이 선포하는 회개를 거쳐, 죽음과 부활에서 절정을 이룬 예수님의 선교 여정에 이르기까지, 성소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원래의 처지에서 이끌어내시고, 모든 노예 생활에서 우리를 해방시키시고, 습관과 무관심에서 벗어나게 해주시며, 당신과 그리고 우리 형제자매들과 나누는 친교의 기쁨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가 우리 자신과 거짓 안락에서 벗어나 삶과 행복의 시작이며 마침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이르는 길을 나서도록 하시는 것입니다.


    이 탈출의 움직임은 단지 부름 받은 이들에게만이 아니라 교회 전체의 선교와 복음화 활동에도 관련됩니다. 교회는 나아가는 교회가 될 때에 주님께 충실하게 됩니다. 그러한 교회는 교회 자체, 교회의 조직과 성공을 염려하기 보다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삼위일체 사랑의 힘으로 나서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시고 그들의 해방을 위하여 활동하십니다(탈출 3,7 참조). 교회는 이렇게 존재하고 활동하라고 부름 받습니다. 교회는 복음화를 하는 교회, 사람들을 만나러 나아가고 복음이 전하는 해방의 말씀을 선포하며 하느님 은총으로 사람들의 영혼과 육체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가난한 이들과 궁핍한 이들을 위로하여 주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와 우리의 형제자매를 향하여 나아가는 이 해방의 탈출은 우리가 공통된 인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개인과 사회의 역사적 발전을 촉진하는 방법도 제시합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는 것은 일시적 기분으로 여길 수 있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일이 아닙니다. 이는 오히려 우리 존재 전체를 바쳐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일에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며 총체적으로 헌신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마음을 바라보는 것에 뿌리를 둔 그리스도인의 성소는 우리들이 형제자매,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의 해방을 위하여 연대할 것을 촉구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주님의 무한한 지평에 열린 마음을 지닙니다. 온전히 주님과 하나가 되는 것은 결코 삶이나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친교와 선교는 서로 깊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23항).


    하느님과 사람들을 향한 이러한 탈출의 힘은 우리의 삶을 기쁨으로 채워주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줍니다. 저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이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젊은이들은 젊고 밝은 미래관을 가져 아낌없이 남을 도울 줄 압니다.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것, 미래에 대한 근심, 일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이 젊은이들의 열정을 마비시키고 꿈을 깨뜨려버릴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헌신할 필요가 없으며, 그리스도인들이 믿는 하느님께서 그들의 자유를 구속하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여러분 자신에서 벗어나 여정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복음은 우리의 삶을 해방시키고 변화시키며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놀라고, 당신 말씀을 받아들이며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하느님 신비를 찬양하고 이웃에게 넓은 마음으로 봉사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여러분 삶은 날마다 더욱 풍요롭고 기쁨에 넘치게 될 것입니다.


    모든 성소의 모범이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주님의 부르심에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fiat)라고 대답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이끄십니다. 믿음에서 나오는 커다란 용기로 마리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내려놓으시고 당신 삶의 계획을 하느님께 온전히 내어맡기는 기쁨의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우리 모두 마리아께로 향하여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마련하신 계획에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어맡기며 서둘러 길을 떠나 다른 이들을 찾아 가려는 바람을 키웁시다(루카 1,39 참조). 동정 마리아께서 우리 모두를 보호하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간구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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