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장 신부님의 교황청전교기구 소개
등록일
2013.07.11
조회수
6,944
가난한 이를 돕는 사랑, 교황청전교기구와 함께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님의 사임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출로 한동안 가톨릭교회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 12억의 신자가 하나의 믿음과 같은 성경, 같은 기도문으로 하나가 되어 하느님께 나아가는 지상교회의 상징으로서, 두 분 교황님의 모습은 우리 신자들에게 큰 힘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외국에서 미사 전례에 참석할 때에도, 그 나라 말을 전혀 몰라도 미사의 흐름이나 기도문을 따라갈 수 있을 때에, ‘아, 우리 가톨릭교회는 어디나 같구나.’ 하는 푸근한 느낌을 체험하게 됩니다. 물론 오늘날 교회의 모습은 초대교회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사도행전에서 묘사되는 예루살렘의 초기 공동체는 자발적인 공동 소유의 개념을 가진 공동체였지만(사도 2,44-45; 4,32-35)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에서는 가난한 이를 배려하지 않는 주님의 만찬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습니다(1코린 11,20-22).
또한 바오로 사도는 예루살렘 교회의 신자들을 위해 소아시아 교회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하였습니다(1코린 8,1-15). 이미 신자들 사이, 또 지역교회들 사이에 빈부의 차가 존재하였고, 이것이 교회의 큰 과제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지역교회를 돕는 교황청 대표 기구
본당 신축 등을 위해 신부님이 모금하러 오시는 모습을 보고는 신자들이 가끔 묻습니다. 교회는 하나인데 왜 그런 모금이 필요하냐고, 전체 교회가 헌금을 공유하고 필요한 만큼 나누어 쓰면 안 되냐고 말입니다. 아주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각 본당이 독립된 운영을 하면서 교구의 사업을 위해 분담금을 내고 있습니다. 교구들도 지역의 주교회의나 보편교회로부터 재정적으로는 분명하게 독립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당 간에, 교구 간에 재정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이것은 복음적이지 않은 것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습니다.
복음서의 예수님 말씀대로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에는 가난한 이를 돕는 사랑이 그 핵심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교회의 사명인 선교사업, 곧 사목적인 활동을 위해서 형편이 어려운 지역교회를 서로 도와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를 위해 교황청의 직접적인 관할을 받으며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공식적인 대표 기구가 카리타스와 교황청전교기구입니다.
카리타스는 세상의 가난과 굶주림에 대응하는 긴급구호와 자조사업을 위한 자선기구이고, 교황청전교기구는 전교지역 신생교회들의 사목활동과 사제양성을 지원하는 기구입니다. 교황청전교기구는 카리타스에 비해서 덜 알려져 있지만, 교회의 사명인 선교를 위해서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물론이고 전교지역의 거의 모든 교회가 교황청전교기구의 기금을 통해 교회 초기의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 기틀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교황청전교기구에 대해서 처음 들으셨다고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은 이미 교황청전교기구의 활동에 동참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세계적으로 전교주일에 모금한 헌금을 전액 교황청전교기구의 기금으로 사용하게 되어있으며, 이날에는 다른 목적으로 헌금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한, 신자 여러분이 성소주일에 내시는 헌금도 교황청전교기구의 하나인 교황청베드로사도회의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기구 자체에 대해서는 모르셨더라도 이 두 주일의 헌금을 통해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신자들 모두는 신생교회들의 선교지원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복음화를 지원하고 연대의식을 창조하는 교황청전교기구
교황청전교기구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드리면, 이 기구들은 교황청의 기구인 동시에 지역 주교회의의 기구라고 그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편교회와 지역교회가 만민에 대한 복음선포를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120여 개의 지부가 각 나라의 주교회의에 설립되어 있습니다.
교황청전교기구는 네 개의 기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교황청전교회’는 전교주일 헌금과 그 밖의 후원금으로 해마다 1,100여 개의 교구를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황청베드로사도회’는 선교지역의 사제양성을 위해 신학교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교황청어린이전교회’는 ‘어린이를 돕는 어린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고사리손으로 모은 기금으로 선교지역을 돕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교황청전교연맹’은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회원이 되어 세계의 선교사들과 연대하여 선교정신과 사랑을 증언하는 기구입니다.
지금도 해마다 20여 개의 교구가 새로 생겨납니다. 2주마다 한 개의 교구가 새로 생기는 셈입니다. 이들 교구의 대부분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 지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백에서 수천 명의 교우를 넘겨받아 분가한 한국교회의 신생본당이 자리를 잡느라 겪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이들 신생교회의 어려움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들 지역의 사제양성을 위해 신학교들이 설립되는데, 어떤 신학교들은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신학생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못해 한 달이나 두 달 먼저 방학을 하기도 한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사제를 양성할 수 있으며, 어떻게 교회가 자립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기금의 총 모금액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워낙 큰 비중을 차지하며 꾸준히 지원해 온 유럽과 북미의 지원금이, 신자들의 고령화와 경제 위기 때문에 줄어들고 있어서 전교지역을 위한 지원은 해마다 어려워지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설립된 지 400년이 지난 남미지역의 교회들조차 대부분 자립을 하지 못하고 있어 도움이 필요한 교회는 늘어만 가는 실정입니다.
그 가운데 한국교회는 200여 년의 짧은 역사를 통해 도움을 받는 가장 가난한 교회에서 도움을 주는 교회로 성장하여, 희망적인 표징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신자분들의 정성 어린 헌금으로 아시아 대륙에서 가장 많은 모금액을 교황청전교회와 교황청베드로사도회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족하고 기뻐하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전체 모금액이 해마다 크게 감소하는 가운데, 그 비중은 작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교회 등 전교지역의 모금액은 꾸준히 늘고 있는 데 비해, 한국교회의 모금액은 해마다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교기금의 모금을 대체로 두 번의 주일헌금에만 의지하고, 따로 후원하는 회원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금액이 늘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교황청전교기구는 모금뿐만 아니라 교회의 선교사명을 고양하고 모든 신자가 기도와 후원을 통해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소명에 능동적으로 동참하게 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3년 5월에 로마에서 열렸던 교황청전교기구 정기총회에서는 여러 주제들 가운데 하나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모금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론은 모금 자체에 치중하기보다는 사목자들과 신자들에게 선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선교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의식을 깊게 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렇게 되면 모금액은 저절로 오르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교회는 특히 최근 들어 해외 선교사들의 파견이 크게 늘고 신자들의 관심도 커졌습니다. 이제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 만민을 위한 선교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세계의 여러 곳에서 성장하는 교회들과 그 교회를 위해 일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하고 후원하는 성숙한 교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교황청전교기구 한국지부의 활동
교황청전교기구 한국지부는 전교주일과 성소주일 헌금 외에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선교지 「땅끝까지」를 격월로 발행하여 한국 선교사들과 회원들에게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모금액의 85%는 로마본부에서 정하는 대로 도움을 요청하는 전 세계 선교지역 교구들과 신학교들에 보내고, 그 내역은 모두 공개됩니다. 15%는 한국지부에서 사무실 운영과 선교를 위한 사업에 쓰도록 되어있는데, 이 기금으로 해마다 10여 개 이상의 한국 선교사들의 사업과 선교사 학교의 운영, 대륙별 선교사 모임, 선교사의 날 행사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후원자들이 보내주시는 미사예물을 선교지역의 사제들에게 전달하거나 신학교에 전달하도록 교황청베드로사도회 본부로 보냅니다. 교황청어린이전교회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이들을 돕는 마음과 선교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어린이 회원을 위한 선교지를 발행하고, 해마다 캠프를 통해 몸으로 이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선교지 「땅끝까지」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한국 선교사들의 삶과 활동을 소개하고, 지원 내용과 그 결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들과 후원자들, 또 선교사들 간에도 서로를 더 잘 알고 협력할 수 있도록, 선교의 성과와 의미를 더 가깝고 깊게 느끼며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이 궁금하시거나 후원에 참여하고 싶으시면 아래에 소개된 홈페이지 주소를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 선교사들의 해외선교 활동에 대해 가장 많은 내용을 알 수 있는 곳입니다.
한국에서 교황청전교기구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데도 지속적으로 후원해 주시는 은인들이 계십니다. 자신의 미사예물을 모아 도와주시는 신부님도 계시고, 다달이, 또는 한몫에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후원회원들도 계십니다. 이 모든 후원금은 이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그분의 나라가 올 수 있도록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지속하고 펴나가는 데 값지게 쓰입니다.
선교는 가장 큰 사랑의 실천입니다. 삶을 바쳐 헌신하는 선교사들과, 기도와 후원으로 함께하는 모든 신자의 정성이 함께 모여서 세상 끝까지 주님의 일을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교황청전교기구 한국지부장 / 변승식 요한 보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