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담화

2010년 전교 주일 교황 담화

등록일

201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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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의

제84차 전교 주일 담화

(2010년 10월 24일)



교회의 친교는 선교의 열쇠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전교주일을 거행하는 10월은 교구와 본당 공동체, 봉헌생활회, 교회 운동 단체, 하느님의 백성 전체가 복음 선포 노력을 새롭게 하고 사목 활동에 더 넓은 선교 전망을 부여하는 때입니다. 이 연례행사에서 우리는 전례, 교리교육, 봉사, 문화 활동에 더욱 힘을 쏟도록 초대 받습니다. 이 활동들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성찬의 잔치에 우리를 부르시어 당신 현존의 선물을 맛보고, 당신의 학교에서 배우며, 우리의 스승과 주님이신 당신과 더욱 일치를 이루며 살아가도록 하십니다. 주님께서는 몸소 우리에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요한 14,2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삶을 변화시키는 이러한 하느님 사랑의 체험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고 또 우리 서로 친교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고, 우리 형제자매에게 우리가 지닌 희망(1베드 3,15)을 확실하게 증언할 수 있습니다. 기도와 하느님 말씀의 묵상과 신앙의 진리 탐구를 통하여 길러진 자녀다운 태도로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길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은 예수님의 복음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인본주의 촉진의 전제 조건입니다.


    또한 10월에는 많은 나라에서 여름휴가 이후 교회의 여러 활동이 다시 시작됩니다. 교회는 묵주기도를 통하여 성모님에게서 배우고, 인류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의 계획을 묵상하고 아버지께서 하신 대로 성모님을 사랑할 것을 권유합니다. 이 또한 선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분명히 아버지께서는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가 사랑받는 자녀가 되고 또한 아드님 안에서 우리 모두가 한 형제자매임을 깨닫도록 촉구하십니다. 성자께서는 불화와 죄로 갈라진 인류를 위한 구원의 선물이시며 하느님의 참모습을 보여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습니다.”(요한, 3,16)


    요한복음에는 파스카 축제 때 예루살렘을 순례하러 온 그리스인들 가운데 필립보 사도에게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요한 12,21)라고 청한 이들이 나옵니다. 10월이 되면 우리의 마음도 그러한 청으로 가득 찹니다. 이달 10월은 우리 마음에 우리가 투신해야 할 과업을 일깨워 줍니다. 곧, 복음 선포는 온 교회의 의무입니다.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의 선교에 관한 교령 「만민에게」〔Ad gentes〕, 2항) 교회입니다. 이달은 또한 복음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안에서 올바른 관계를 세우는 새로운 삶의 투사가 되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점증하는 외로움과 무관심의 혼란 양상을 경험하는 다인종 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역사를 바꾸는 위대한 이상을 키우면서 희망의 표징을 제시하여야 하고 모든 이의 형제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이 지구를 모든 민족들이 거짓 환상이나 헛된 공포를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집으로 만들도록 힘써야 합니다.


    2000년 전의 그리스인 순례자들처럼 우리 시대의 사람들도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에 관해 ‘이야기’해 주고 ‘예수님을 보여 줄’ 것을, 곧 새천년을 맞이한 세대, 특히 복음 선포의 특별 대상인 온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구세주의 모습을 환히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께서 진리이시고 그분 안에서 자기 삶의 의미와 진리를 발견했기에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한다는 것을 그들이 알아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성찰은 세례를 받은 모든 이와 전체 교회의 선교 사명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선교 사명은 개인과 공동체와 목자의 깊은 회개 없이는 완수될 수 없습니다. 사실 복음 선포의 사명 의식은 모든 신자뿐 아니라 모든 교구와 본당 공동체가 교회들의 온전한 쇄신과 선교 협력에 더욱 열심히 참여할 용기를 내어 모든 인간, 민족, 문화, 인종, 국가의 중심에서 복음을 선포하도록 촉진합니다. 그러한 의식은 교구 소속 선교 사제들, 봉헌 생활자들, 교리교사들, 평신도 선교사들이 교회의 친교를 촉진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때 길러지며, 복음이 자유와 진보의 누룩이 되고 형제애와 겸손과 평화의 원천이 되는(선교 교령, 8항 참조) 일치의 모델에 “다문화성”의 현상도 통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사와 같습니다. 교회는 곧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류는 일치의 표징이고 도구입니다”(교의 헌장, 1항).


    교회의 친교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의 선포를 통하여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셔서 친교를 맺으시고, 거기에서 성부와 성령께서 인간과 맺으시는 친교도 이루십니다(1요한 1,3 참조).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이루어주십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8) 하고 알려 주시며, 또한 인간의 완성과 세계 개혁의 근본 법칙은 사랑의 새 계명이라고 가르치십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사랑을 믿는 이들에게 사랑의 길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으며 보편 형제애를 이룩하려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확신을 가지게 하십니다.”(사목 헌장, 38항)


    교회는 성체성사를 바탕으로 “친교”를 이룹니다. 빵과 포도주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사랑의 희생으로 교회를 당신 몸으로 세우시어, 우리를 삼위일체의 하느님과 일치시키시고 우리도 서로 일치를 이루도록 하십니다(1코린 10,16 이하 참조). 저는 교황 권고 「사랑의 성사」에서 “우리가 성체성사로 거행하는 사랑은 우리 혼자만 간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랑은 본성상 모든 이와 나누어야 합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세상은 그리스도를 뵙고 그분을 믿어야 합니다.”(84항)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성체성사는 교회 생활의 원천과 정점일 뿐 아니라 교회의 사명입니다. “진정한 성찬의 교회는 선교하는 교회입니다”(84항). 이러한 교회는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도 선포합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친교를 나누게 하려는 것입니다.”(1요한 1,3)라고 자신 있게 선언하며 모든 이가 하느님과 친교를 맺도록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마음의 눈으로 선교의 광대한 영역을 바라보는 이 전교주일에, 우리 모두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 주인공이 되어 복음을 선포합시다. 선교 열정은 언제나 우리 교회의 생명력을 드러내는 표지가 되어 왔습니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2항 참조). 지역 교회들은 상호 협력과 더불어 일치와 형제애와 연대의 탁월한 증언을 통하여, 구원하는 사랑의 선포자들에게 신뢰를 가져다줍니다. 


    따라서 저는 모든 이가 신생 교회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들에게 형제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줄 것을 거듭 권유합니다. 제가 감사하게 여기는 교황청 전교기구의 소중한 봉사를 통한 이러한 사랑과 나눔의 활동이 오지 선교 지역의 사제, 신학생, 교리 교사 양성에 보탬이 되고 신생 교회 공동체들에 용기를 줄 것입니다. 


    이 전교주일 연례 담화를 마치며, 저는 가장 외지고 힘든 곳에서 때로는 목숨을 바치며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증언하는 선교사들에게 저의 특별한 사랑을 담아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복음 선포에 앞장 서는 그분들에게 모든 신자는 친밀한 우의와 지원을 드립니다.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시는 하느님(2코린 9,7 참조)께서 그들을 영적 열정과 깊은 환희로 채워 주시기를 빕니다.


    성모님께서 “예” 하신 것처럼, 모든 교회 공동체가 우리 형제자매를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초대에 기꺼이 응답하면 새로운 사도적 교회적 모성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갈라 4,4.19.26 참조) 이 모성은 사랑이신 하느님의 신비로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때가 차자 ……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게”(갈라 4,4 참조) 하셔서 새로운 사도들에게 믿음과 용기를 주게 하셨습니다. 이러한 응답은 모든 이가 하느님의 계획을 깨닫고 “희망 속에 기뻐”(로마 12,12)하게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온 인류가 하느님의 한 백성을 이루고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 모이며 성령의 한 성전을 함께 세우도록”(선교 교령, 7항) 하십니다.



바티칸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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