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담화

2005년 성소 주일 교황 담화

등록일

2005.12.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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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성하의 

제42차 성소 주일 담화

(2005년 4월 17일, 부활 제4주일)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



    존경하는 형제 주교님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깊은 데로 가라!"(Duc in altum). 이는 예수님께서 첫 제자들에게 그물을 쳐 고기를 잡으라고 격려하시면서 하신 말씀으로서, 저는 교황 교서 「새천년기」(Novo millennio ineunte) 서두에서 이 말씀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물을 걷어 올린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지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라.”(루가 5,4)고 말씀하시자,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믿고 그물을 쳤습니다”(「새천년기」, 1항). 


    복음서의 이 유명한 장면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를 주제로 삼은 다가오는 성소주일의 배경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이번 성소주일은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특히 사제직과 봉헌생활을 통하여 그분을 따르도록 부르심 받는 것에 대하여 성찰해 볼 특별한 기회입니다. 


    2. “깊은 데로 가라!"고 하시는 그리스도의 명령은 어려움 앞에서 자기 몸을 사리는 사고방식이 만연한 우리 시대에 특히 적절한 말입니다. “깊은 데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날마다 하느님 말씀을 들으면서 기도의 영성을 깊이 기르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생활의 진정성을 재는 척도는 개인 기도의 깊이입니다. 기도는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루가 11,1) 하고 말하였던 초대 제자들처럼, 스승이신 예수님께 직접” 겸허히 배워야 하는 기술입니다. “기도는 그리스도와 나누는 대화를 더욱 깊이 있게 하여 우리를 그분의 절친한 친구로 만들어 줍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물러 있으면 나도 너희 안에 머물러 있겠다.’(요한 15,4)”(「새천년기」, 32항).


    기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어 보이는 확실한 실패의 순간에도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자들도 똑같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들은 밤새도록 애썼지만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루가 5,5). 바로 이러한 순간에 우리는 풍성한 은총에 마음을 열어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이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하게(「새천년기」, 38항 참조) 하여야 합니다.


    3. 그리스도께 마음을 여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의 신비뿐만 아니라 자기 소명의 신비까지도 이해하게 되어, 은총의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그 첫 열매는 세례의 은총으로 시작하여 완전한 사랑의 충만함으로 나아가는(「새천년기」, 30항 참조) 영적 여정 동안에 자라날 성덕이 될 것입니다. 복음을 있는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은 점점 더 그리스도께서 사랑하신 방법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되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48)고 하신 그리스도의 권유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는 교회의 친교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일치를 보존하는 일에 힘쓰고,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일하며,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 사랑의 놀라운 진리를 선포하고 증언하게 될 것입니다.


    4.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깊은 데로 가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권유를 저는 특별히 여러분에게 다시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미래를 위하여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에 있습니다. 제 마음속에는 아직도 여러 해 동안 수많은 기회에 젊은이들을 만났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고, 그 가운데는 여러분의 부모도 있을 것이며 사제나 수도자 또는 여러분의 신앙의 스승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들이 젊은이로서 당연히 기쁨을 누리는 것을 보았지만, 자신들의 삶에 충만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욕구를 느끼고 고민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젊은이들이 영적 가치들에 얼마나 강하게 이끌리는지, 또 성덕에 대한 바람이 얼마나 진실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필요로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그들을 원하셨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그리스도를 믿으십시오. 그분의 가르침에 주의 깊게 귀 기울이고, 그분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하며, 그분의 말씀을 꾸준히 들으십시오. 여러분의 추구와 열망, 여러분의 모든 이상과 마음속의 바람을 그분의 이끄심에 맡기십시오.


    5. 이제 저는 친애하는 부모님들과 그리스도인 교육자들, 사랑하는 사제들과 봉헌생활자, 교리교사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젊은이들을 성덕의 길로 이끌 특별한 소임을 맡기셨습니다. 그리스도께 헌신적으로 충실함으로써 그들의 모범이 되십시오. 그들이 주님의 부르심에 성실히 응답하여 망설임 없이 “깊은 데로 가도록” 격려하십시오. 그들 가운데는 가정생활의 성소를 받는 이도 있고, 봉헌생활이나 직무 사제직의 성소를 받는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자기 성소를 식별하도록 도와주고, 그리스도의 참된 친구, 그분의 참된 제자가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어른들이 자신들의 말과 모범으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드러내 보여줄 때, 젊은이들은 십자가의 신비가 깃든 그분의 메시지, 자기희생을 요구하는 그 메시지를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거룩한 사제들과 또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된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를 명심하며 저는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광범하고도 치밀한 성소 사목 계획을 실시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본당과 학교, 가정이 다 동참하여 각자 인생의 근본 가치들에 대하여 신중하게 성찰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인생의 가치는 각 사람이 하느님의 초대를 듣고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할 때 실현됩니다. 특히 그 부르심이 완전한 자기 증여,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모든 힘을 바치는 것을 의미할 때 그렇습니다”(「새천년기」, 46항). 


    젊은이 여러분에게 저는 “깊은 데로 가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들려 드립니다. 그분의 권고를 여러분에게 되풀이하면서, 저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갈릴래아의 가나에서 하인들에게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고 하신 말씀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에게 “깊은 데로 가라.”고 요청하시며, 성모 마리아께서는 주저 없이 그분을 따르라고 촉구하십니다.


    6. 성모님의 자애로운 전구에 힘입어, “추수할 일꾼들”(마태 9,39)을 보내 달라는 지상 곳곳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가 닿아, 아버지께서 열성적이고 거룩한 사제들을 당신의 양떼가 있는 모든 곳에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바람을 품고, 우리는 대사제 그리스도께 눈을 돌려, 새로운 믿음으로 그분께 기도드립니다. 


신성으로 충만하신

성자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세례 받은 모든 이에게

성덕에 이르는 길을 따라

“깊은 곳으로 가라.”하고 촉구하시니,

오늘날의 세계에 주님의 사랑의 힘을 증언하려는

바람을 젊은이들의 마음에 일깨워 주소서.

그들을 용기와 예지의 성령으로 채워 주시어

그들이 자신과 성소에 대한 충만한 진리를

깨닫도록 해 주소서.


성부의 자비로운 사랑을 드러내도록

성부께 파견 받으신 우리 구세주 주님,

깊은 곳으로 가 형제들에게

쇄신과 구원을 위한

주님 현존의 표지가 될 채비를 갖춘 

젊은이들을 주님 교회에 선물로 보내 주소서.


구세주의 어머니이신 거룩하신 동정 성모님,

하느님과 이웃들을 향해 나아가는 

저희의 확실한 인도자이시며

그분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들으신 성모님, 

젊은이들이 주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할 수 있도록

저희 가정과 교회 공동체가 도울 수 있게

성모님의 자애로운 전구로 지켜주소서.


 

가스텔 간돌포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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